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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이 낯선 단어를 김현식에게

밑줄긋는남자/Melody 2007/10/30 21:51
때늦은 만남

 80년생인 나는 김현식이라는 가수를 관통하지 못한다. 내가 그의 음악을 처음 들은 것은 컴퓨터학원인가에서 돌아오는 학원 버스안이었다. 라디오를 켜놓은 차안에는 그의 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그 노래가 정확하게 "비오는 날의 수채화"인지 "내 사랑 내 곁에"인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허스키한 목소리였던 것을 기억하는 것으로 봐서 그 노래는 "내 사랑 내 곁에"였던 것 같다.

 초등학생이었으며, 음악을 들을 기회라고는 거의 없었던 나는 그 노래가 좋았다.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그 노래가 좋았으며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보고싶었다. 하지만, 그가 김현식이라는 가수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는 세상에 없었고, 그가 노래하는 장면을 나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사실 그가 김현식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도 신문 속에서 그의 사망사실을 알리는 기사때문이었으니

[서울신문]1990-11-03 18면 106자 사회 
「비오는날의 수채화」로 널리 알려진 언더그라운드 가수 김현식씨(34)가 1일 하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 자택에서 간경화증으로 사망했다.발인은 3일 상오 연락처 795­5512 

 그리고 재회

 그가 죽었다고 해서 내 삶이 변한 것은 없었다. 철부지 초등학생이었으며, 그가 죽은 지 몇 해 후 서태지가 나타났다. 서태지는 내가 알고 있는 음악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으며 나를 처음으로 동네의 작은 레코드점으로 이끌었다. 그 곳에서 난 다시 김현식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TV에서 매일 대하는 서태지 테이프가 아닌 김현식의 마지막 앨범을 선택하면서 나는 그와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듣고 또 들었다. 낡은 전축에 김현식의 테이프는 언제나 돌아갔다. 사실 당시 난 다른 테이프를 가지지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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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Vol. 6>
1. 내 사랑 내 곁에(오태호 작사/오태호 작곡)
2. 나의 하루는(김종진 작사/김종진 작곡)
3. 겨울바다(김선욱 작사/최이철 작곡)
4. 한국사람
5. 사랑했어요
6. 추억만들기(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7. 사랑 사랑 사랑 (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8. 내 사랑 내 곁에(연주곡)
9. 이별의 종착역(손석우 작사/손석우 작곡) 10. 우리 이제(하모니카 연주곡)




 라디오 그리고 김현식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듣게되었다. 라디오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의 바다였다. TV에서 보여주지 않는 그리고 들려주지 않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세상은 TV에서 보여주는 것 처럼 화려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라디오는 일깨워 주었으며, 그리고 TV에 나오지 않는 많은 가수들이 있다는 사실도 덩달아 알려주었다. 라디오는 너무 많은 것들을 나에게 털어놓았고 나는 세상의 비밀을 본 듯했다. 그 와중에 좋아하던 김남주 시인도 김광석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간혹 어떤 이는 김현식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특히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김기덕아저씨는 말이다. 김현식과 함께 했던 시간들, 이야기들 그리고 음악들을 간혹 이야기 해주었다. 그래서 난 신촌블루스를 알게되었고, 김현식의 지난 음악들을 알게되었다. 비만 오면 나오던 그 노래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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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III>
1. 빗속의 연가(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2. 가리워진 길(유재하 작사/유재하 작곡)
3. 슬퍼하지 말아요(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4. 비오는 어느 저녁(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5. 우리 이제(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6. 떠나가 버렸네
7. 비처럼 음악처럼(박성식 작사/박성식 작곡)
8. 그대와 단둘이서(장기호 작사/장기호 작곡)
9. 눈내리던 겨울밤(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10. 쓸쓸한 오후(김종진 작사/김종진 작곡)
11. 우리이제(하모니카 연주곡)

그리고 유재하.



 사실 고백하지만 김현식이 내 최고의 가수였던 적은 없었다.  난 공일오비, 윤종신이 더 좋았다. 김현식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그 느낌 보다는 윤종신, 공일오비, 전람회, 패닉....이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더 좋았다. 음악을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김현식 노래의 밀도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재하 추모음반이 출시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즈음 되었을까? 아니면 그 전이었을까? 사랑이라는 것과 비슷한 연애도 해보고 실연도 당해보고 담배는 이미 습관이 되었던 그 시절이었다. 유재하추모음반. 가리워진 길, 김현식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김현식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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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1984년)

1. 사랑했어요(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2. 회상(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3. 어둠 그 별빛(정성주 작사/김현식 작곡)
4. 떠나기 전에(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5. 그대 외로워지면(박두영 작사/박두영 작곡)
6. 바람인줄 알았는데(양인자 작사/김현식 작곡)
7. 당신의 모습
8. 너를 기다리며(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9.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10. 변덕쟁이(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시간은 흘러간다


그렇게 많은 시간 김현식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를 만났다. 그의 시대를 관통하진 못했지만, 그의 노래를 이해하기위해서 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서 들었으며 그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느듯 약간은 비슷한 나이가 되어 날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른 밀도로 다가오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지내고 있다.

내가 태어나던 해 그의 첫 앨범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그는 단 한번도 나에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의 노래를 듣고 있고, 그의 노래에 위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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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1980년)

1. 봄 여름 가을 겨울(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2. 어화둥둥 내사랑(김광식 작사/김광식 작곡)
3. 주저하지 말아요(이규형 작사/이규형 작곡)
4. 떠나가 버렸네(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5. 운명(경음악)
6. 당신의 모습(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7. 그대와 나(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8. 나는 바람(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8. 아베마리아(경음악)





불멸, 이 낯선 단어를 그에게로

술 

               故  김현식

너 술 마실 줄 아니?
너 여자가 왜 그렇게 술을 마셔?
남자는 술을 그렇게 마셔도 돼?
술이 뭐지?
마시면 취하는 거지.
취하면 좋아?
이 꼴 저 꼴이 전부 좋은 꼴 같아져.
그럼 술이 깨면 어떡해?
또 마시면 되지.
그럼 자꾸자꾸 마셔야 되니?
그럼 자꾸자꾸 마시지.
(술이) 맛있다고 마시는 사람
(술) 먹지 말라는 사람
그래도 술이 없어진 일이 없잖아.
이꼴 저꼴이 있으면
술도 꼭 있어야 하나봐.
흐렸다 개었다가
생각났다 잊으면
술을 마셔야 해.
너 술 마실 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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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1990년)

1. 향기없는 꽃(이창수 작사/이창수 작곡)
2. 넋두리(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3. 그 거리 그 벤취(강인원 작사/강인원 작곡)
4. 도시의 밤(김효성 작사/김효성 작곡)
5. 거울이 되어(이원재 작사/이원재 작곡)
6. 재회(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7.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8. 밤의 고독 속에서(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9. 할렐루야(복음성가)



사랑 V  
      
                        故  김현식

사랑은 이별의 시작
이별은 아픔의 시작
아픈 마음에 남아 추억에 잠들게 해
만나면 사랑을 하고 때로는 미움으로
상처를 남기게 해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
그런 사랑은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
그런 아픈 만남은
소중히 간직했던 아름다운
내 사랑을
다시 만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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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4집(1988년)>
1. 언제나 그대 내곁에(김현식,송병준 작사/송병준 작곡)
2. 여름밤의 꿈(윤상 작사/윤상 작곡)
3. 한밤중에(이정선 작사/이정선 작곡)
4. 이제는(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5. 우리네 인생(이정선 작사/이정선 작곡)
6. 사랑할 수 없어(김현식 작사/장기호 작곡)
7. 그대 내 품에(유재하 작사/유재하 작곡)
8. 기다리겠소 (김영배 작사/김영배 작곡)
9. 한국사람 (하모니카 연주곡)
10. 우리처음 만난 날(김현식 작사/김현식 작곡)


그는 마지막앨범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허무와 외로움」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을 했다. 마지막이 된 앨범의 분위기를 허무와 외로움으로 자평하고 있는 그는 아마도 외로운 길을 가야하는 자신의 처지를 알았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의 인생 전면이 허무와 외로움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이를 이겨낼려고 매일 술에 만취하면서 병을 얻었고, 병이 깊어가면서 더욱 더 자신을 감싼 허무와 외로움을 노래하는 지루하고도 고통스러운 뫼비우스의 띠를 걸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를 발굴했던 동아기획 대표 김영씨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현식을 이렇게 회상했다.

"꼭 자기 노래처럼 살았어요. 기쁨과 슬픔의 표현이 극명한 감성의 덩어리였습니다. 그의 노래가 아직도 힘을 갖고 있는 이유는 그러한 감성의 결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96. 3. 27. 한국일보 [김현식/ 짧은 삶을 녹인 「격정의 음악」]



posted by 자전거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