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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살 사건에 대한 단상

눈먼자의하루 2008/10/06 20:34
한 개인의 죽음을 놓고 글을 적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그 사람이 나와 일면식도 없을뿐더러, 현실에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죽음은 언제나 슬픔과 아픔이 따르는 일이기때문이다. 난 그 슬픔과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할 뿐더러 함께할 책임이나 의무따위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자살 사건이 던지 사회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생각에서 써본다. 그 사회적 의미에 결국 내가 걸려들고 만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녀가 죽고나서 너무나도 말들이 많다. 자살에는 여러 개인적 요인들과 사회적 요인들이 있다고 보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왜 죽었냐라고 물어볼 수는 없기 때문에 다만 추정할 뿐이다.

그녀의 자살에 대한 이유를 모르지만, 아마도 개인적 요인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개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네티즌의 악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악플이 자살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이 말이다. 물론 몇몇 괴담혹은 루머들이 그녀 개인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전체 네티즌들의 악플때문이다라고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 아닐까?

네티즌들의 악플이라는 너무나도 광의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전체 네티즌들을 암묵적인 살인자 혹은 잠재적인 살인자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음을 느낀다. 선량한 네티즌이라도 언제나 익명성아래에선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합의체계가 언론과 정치인 사이에서 작동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익명성, 악플, 그리고 네티즌이라는 3가지의 의미체계가 이제는 범죄자 집단, 인격을 살인하는 집단으로 폄훼되고 있는 것 같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떠나서 모든 사람들이 죄없는 떳떳한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심히 부당한 처사이지만, 너무나 유명했던 개인의 자살때문에 모두 입닫고 자신의 죄를 스스로 반성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아무 잘 못도 없으면서 네티즌이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의 대열에 편입되고 연일 쏟아지는 언론기사 속의 키보드 킬러가 되기도 하고 악플단 네티즌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명백한 명예훼손이 아닐까? 선량한 네티즌 집단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퍼붓는 십자포화, 모욕, 그리고 명예훼손. 그들은 이런 기사들을 지면에 싣는 것이 과연 명예훼손특히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 조건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요즘 한 개인의 자살로 촉박된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논의(너무나 일방적 논의에 지나지 않는), 사이버 모욕죄에 관한 법률 제정 논의 등등을 보고 있을때마다 혹시 내가 범죄인이 아닐까 하는 섬뜻한 자각 혹은 의심을 품게되는 것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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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전거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