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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은 외롭다.

밑줄긋는남자/Book 2010/04/21 22:45
쓸쓸한 날의 연가 

- 고정희

내 흉곽에 외로움의 지도 한장
그려지는 날이면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지를 쓰네
갈비뼈에 철썩이는 외로움으로는
그대 간절하다 새벽편지를 쓰고
간에 들고나는 외로움으로는
아직 그대 기다린다 저녁편지를 쓰네
때론 비유법으로 혹은 직설법으로
그대 사랑해 꽃도장을 찍은 뒤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부치네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소리 편에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부는 소리 편에
아침에 부치고
저녁에도 부치네
아아 그때마다 누가 보냈을까
이 세상 지나가는 기차표 한 장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네

가끔 고정희 시인의 시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말하지못하는 먹먹함...아니 헛헛함...그런 이야기에 흔들릴 때가 있다.
내 흉곽에 외로움의 지도 한장 그려지는 그런 날이겠지. 아마도.. 
그런 날, 고정희시인의 시가 마음을 흔드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러다 갈비뼈에 붙어서 철썩이는 외로움이 
심장을 때려
또 편지를 쓰게 만드는 것 이다.

누구에게 쓸까?
편지하나 받아줄리 없는 외로움.

그 외로움은 또 갈비뼈에 붙어서 다시 철썩거리며 심장을 때리고 만다. 
아찔한 내선 순환의 공포.

2호선은 그래서 슬프다. 
도통 다른 곳에 날 데려주지 못한다. 
끝없이 순환한다. 

한번은 밖으로 외선순환
한번은 안으로 내선순환.
그리고 다시 심장을 때리는 외로움.
신천에서 신촌으로 신촌에서 다시 신천으로 외로움이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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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전거도둑

오늘 새벽의 시, 공광규-월미도

밑줄긋는남자/Book 2010/02/26 09:29
"너, 이렇게 살면 안된다며/허공의 뺨을 후려치는 선창의 깃발/ 맞는 건 허공인데 내 뺨이 더 아프다" 공광규의 월미도 중에서. 오늘 새벽 가장 먼저 접한 월미도라는 시의 구절에 뺨 한대를 맞은 기분이다
2010년 2월 26일 새벽
 


어제 밤 꿈을 꿨다. 기분 좋은 소식이 담긴 꿈이었다. 꿈에서 그 소식을 듣자마자, 환호하면서 잠에서 깼다. 5시 27분에..잠에서 깨고나서 그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허탈했다. 허망한 꿈일 뿐이었고, 현실은 그대로였다. 그래, 원래 그런 것이었으니까 실망은 말자 하면서 하루를 준비했다. 일찍 일어난 것은 일찍 일어난 데로 괜찮은 거니까.. 책상에 널부러진 책들 가운데 "설운 서른"이라는 책을 폈더니, 마침 나오는 시가 "월미도"다.

공광규 - 월미도

월미도

얼음길을 우두둑 우두둑 밟으며
내 흰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달빛 아래 잠깐 빛났다 부서진 청춘이여!
밟고 온 얼음길을 뒤돌아보니
헬륨가로등에서 쏟아진 피가 흥건하다.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안 된다며
후회를 바람으로 빨아대는 선창의 깃발,
먼 섬의 불빛이 깜박깜박
네 참회가 그렇게 차가우냐며
취한 눈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그렇다! 나는 난파했다.
섬아 너에게 가 닿고 싶었다.
카페의 홍등이 충혈된 눈으로
걸어가는 난파선 한 척을 바라본다.
흐린 별이 나를 내려다보고
측은하여 눈물이 그렁하다.
낡은 소주집이 우울을 달래고 가라며
양철 연통으로 입김을 호호 불어댄다.
술집에서 새어나온 흘러간 노래가
곡선으로 흘러나와 곡선으로 흘러간다.
흘러간 세월을 파는 가게는 없는 걸까?
잘못 흘러온 길이 막막하여 온몸을 떤다.
네 후회가 그렇게 추우냐 추우냐며
파도가 거품을 물고 해안을 기어오르며 말을 건다.
그래, 나는 잘 못 살고 있다!
맑은 소주잔을 얼음 위에 던지니
흰 뼈에 달빛이 놀라 튄다.


그래, 어쩌면 잘 못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라고 위로하는 새벽이었다. 아직 더 많은 날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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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선 - 삼십대의 병력

밑줄긋는남자/Book 2010/02/18 22:26
이기선 - 삼십대의 병력

대체로 비가 자주 내렸다 우산은 잘 펴지지 않았고 사랑은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 인적 끊긴 밤길을 신파조로 걸었다 시가 되지 않는 말들이 주머니
에 넘쳤다 슬픔의 그림자만 휘청이게 하였을 뿐 달빛은 아무 보탬이 되지
않았다 맹세의 말들이 그믐까지 이어졌다
낮에는 그 공원 벤치에 앉아 낙엽을 헤아렸다 바람이 심하게 훼방을 놓았
다 나는 성냥알을 다 긋고도 불을 붙이지 못 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네
야 했다 담배를 거꾸로 물었다고 그가 일러주었다
쓰고 싶지 않은 말들을 일기에 적었다 뚜껑 열린 만년필은 금세 말라버렸
고 망설였던 흔적이 행간을 메웠다 두 눈을 부릅떴지만 사랑은 보이지 않
았다 앓을 만큼 앓아야 병이 낫던 시절이었다

동전통에서 500원짜리 5개를 찾아내서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산다. 라이터를 찾다가 포기하고 성냥을 긋는다. 첫번째 성냥은 부러져버린다. 오랜만에 긋는 성냥불, 그렇게 불은 켜지지 않는다. 그리고 문득 이 시가 생각난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시임에도 불구하고..부러진 성냥알에......

다시 시를 읽어본다.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다시 한번...

앓을만큼 앓아야 병이 낫던 시절이라는 삼십대. 그래....이렇게 앓다보면 낫겠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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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밑줄긋는남자/Book 2010/02/01 22:36
남신의주(南新義州) 유동(柳洞) 박시봉방(朴時逢方)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 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선배가 네이트로 시를 하나 던져준다. 백석이다. 언제나 북쪽 지방을 떠올리게 하는 시인. 추운 겨울이 지배할 것 같은 북방을 떠올리게 하는 시인. 그의 시는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비참하지 않다. 차가울 뿐이다. 그의 시에는 온통 북방의 이미지가 깃들어있다. 아마도 내가 산 시집의 제목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여서인지도 모른다. "나타샤"라는 낯선 이국 여자의 이름.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겨울 여자의 이미지가 덮쳐오는 까닭일테다. 

선배덕분에 오늘 찬찬히 백석의 시를 읽어본다.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압록강에 닿아있는 신의주. 그 곳에서 시인은 말하고 있다. 쌀랑쌀랑 싸락눈이 내려와 문창을 치는 추운 겨울날, 몸 하나 누일 자리도 없고, 함께할 가족도 없는 외로운 심사. 세상에 홀로 던져진 자신을 발견한 시인은 참으로 어리석음에,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도 지나가는 바람에 다 쓰러져가는 천장에 갈매나무처럼 굳은 마음을 정한다. 홀로 남았지만.. 말이다. 나는 얼마나 부끄러운 존재인가? 이 한몸 누일 따뜻한 방. 그리고 언제나 이어진 듯한 문명의 이기로 가득한 방. 그 안에서 외롭다 생각하는 나는 어떤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燒酒를 마신다
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이국의 소녀 나타샤를 사랑하지만 가난한 나때문에 하늘에서는 눈이 내린다는 시인. 그 시인을 좋아한다. 푹푹 나리는 눈 발사이로 당나귀를 나타샤와 함께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깊은 산골로 가는 시인은 소주를 마시면서 소주를 마시면서 나타샤를 사랑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게 진 것이 아니라 세상을 버린 것이라는 시인은 가난한 자신이 나타샤를 사랑해서 눈이 푹푹 나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눈때문에 뜨거운 소주를 마신다. 그래서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흰당나귀도 좋다던 시인은 오늘도 어디메선가 산골로 산골로 가면서 소주를 마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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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가 읽은 보통의 존재

밑줄긋는남자/Book 2009/11/15 21:57
지난 목요일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기 위해서 만난 M선배는 위염에 걸려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했다. 나에게 샌드위치를 사주며, 내 먹는거만 보겠다는 선배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씨는 아무거나 마구 못 먹고, 가려서 먹어야 하는 병에 걸렸다는데...그거 보고 엄청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하자, M선배도 자신도 읽고 있다고 했다. 

"보통의 존재"라는 책. 

진짜 보통의 존재가 보통의 날들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소중한 책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생각. 그러니까... 그 책을 읽다보면 '어,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이 너무나 자주들어서 이게 내 생각을 이석원씨가 훔쳐가서 적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우린 누구나 보통의 존재들이니까.. 사랑에 기뻐하고, 이별에 아파하고, 사소한 것에 흥분하고, 슬퍼하고. 그리고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마는 그런 보통의 존재니까 말이다. 그래서 더 따뜻한 책, 보통의 존재. 

#1.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만약 지금 내게 누가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살다보면 생기겠죠. 끝까지 안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 중에서

그래, 어쩌면 우리는 커서 뭐가 될래? 어떤 사람이 되고싶니도 아니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래?라는 질문 속에서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고, 자책했는 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명확한 꿈도 있고, 생각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나만 홀로 하고싶은 것도 못 찾고 이도저도 아닌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단지 아직 안 생길 것일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도 그냥 하루 하루 성실하게 잘 살고 있는데 말이다. 

#2.

연애란?

누군가의 필요의 일부가 되는 것.
그러다가 경험의 일부가 되는 것. 
나중에는 결론의 일부가 되는 것. 
 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 중에서
 
어쩌면 내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래 가장 중요한 사랑이 없어서다. 사랑할 대상도 없고, 나를 사랑할 사람도 없기에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결국 나중에 결론의 일부가 되기에 못하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나타나도 심드렁하게 굴어야 했다. 결론의 일부가 되어서 부유하고 싶지 않은 욕심에서, 그 사람을 갖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그 사람의 결론의 일부가 되어서 내가 어디로 흘러갈 지 겁이나서 두려워하고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3.

거짓말

말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반은 거짓말이야.
어쨌든 숨기는 거니까.

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 중에서

거짓말이 직업인 사람이 있다면 나는 프로거짓말꾼일 거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침묵자체도 거짓말이라면 말이다. 사랑해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좋아해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기에. 그리고 그것을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그냥 침묵으로 넘기고 마니까.. 그렇게 수년을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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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밑줄긋는남자/Book 2009/08/30 22:34
+ 얼마 전 대화 중에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책이 나왔다. 도무지 내용이 기억이 안나는 그 책, 분명히 읽은 적이 있는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났다. 사실, 책 이야기로 대화를 나눈 적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래, 진짜 소설이 대화주제가 나온 적이 언제인지 기억해내려 해도 안 난다.  

 그래서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렸다. 내 이름은 빨강.... 첫 장을 읽으면서 다시 기억이 났다. 그 소설이... 각기 다른 화자들이 나와서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는 그 서사방법에 놀랬던 적이 있던 그 소설... 천천히 다시 읽어본다. 도무지 소설이라고는 쓸모가 없는 세상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진짜 기억속에서 지워진 그 소설을 다시 상기시켜준 그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 약속이 있어 강남역 갔다가 시간이 조금 남아 서점에 들렀다. 하루키의 신간 소식을 들었지만, 내가 실제로 사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안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막상, 서점에 들러 그 책을 확인하는 순간 사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근데 근데 근데...........결국 샀다. 전혀 생각치도 않았는데 샀다.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카프카의 연인"을 읽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키는 ... 그래도 손이 간다. 신기하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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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밑줄긋는남자/Book 2009/08/04 18:23
장경섭의 "그"와의 짧은 동거 
  : 몇 년 전 우연히 본 한 컷의 그림이 이 책의 컷인지도 몰랐다. 그 컷을 매우 좋아했으며, 그 컷에 딸린 시도 무척 좋아했다. 



저 그림의 옆면에 있는 "장경섭의 '그'와의 짧은 동거 中"라는 문장을 본 것은 불과 며칠 되지 않았다. 그렇다. 책이었다. '그'와의 동거를 하면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그린 만화책이었다. 주인공은 "잘못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자책해보지만, 바퀴벌레인 '그'와 동거는 시작되었다. 너무나 외로웠기에,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뚜껑없는 치약을 밟은 날 '그'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바퀴벌레인 그와....그림 속에도 설겆이를 하고 있는 바퀴벌레가 보인다.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동명의 음악을 제목으로 선정한 박민규의 장편소설. 핑퐁이후 단편들만 선보이던 박민규는 어쩌면 가장 평범한 소설을 가지고 우리앞에 나타났다.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평범하고, 보편적인 소설. 주인공은 왜 그녀를 사랑할까?의 문제는 그녀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나처럼 못생긴 여자를 왜 사랑하나요?라고 묻고 싶은 그녀...매번 "아니, 아니에요"를 삼키는 그녀..

책을 읽는 내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가 떠오르는 것은 3명의 주인공 때문이었을까? 아님 그들이 20살이었기 때문일까? 상실의 시대가 출판된지도 20년이 되었다고 한다. 벌써 20년이 되었고, 그 주인공들도 지금은 마흔이 넘은 중년의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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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전거도둑

도서관에서

밑줄긋는남자/Book 2009/03/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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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망자 이치도, 성석제 장편소설
2. 옛날 영화를 보러 가다, 윤대녕 장편소설
3. 위험한 독서, 김경욱 소설집
4. 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소설집
5. 한국팝의고고학 : 1970
6. 대한 인디 만세
7. 돌아오지 않는 2루 주자
8.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이사를 하고 가까운 곳에 성내도서관이 있어 회원증을 만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빌려읽곤 한다. TV를 잘 보지 않는 것이(방에 텔레비전이 없기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내게 많은 시간들을 허락해줬다. 그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때우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그 책들을 읽어가는 것이다.

사실, 책을 빌려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시간에 쫓겨 책을 급하게 읽어야 한다는 부담(사실, 그 시간은 충분하지만..)도 있겠거니와 한번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궁금해질때는 참을 수가 없기때문이다. 마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간지러워 미칠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 많은 책들을 모두 살 수도 없을 노릇이기에 울며 겨자식으로 빌려본다. (군대 시절, 부대 바로 앞에 도서관이 생기고, 그 도서관을 다행히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빌려읽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도서관에 가면, 눈에 띄는 책들은 보통 내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책들, 읽은 것은 같은데 그 내용이 희미한 책들이다. 소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자꾸 그런 책들에게 손이 가고, 그 책들을 빌려서 읽는다. 정말 내가 읽었을까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다른 새로운 책들에게 향하던 더듬이를 잘라버리는 것이다.

김경욱, 성석제, 윤대녕. 이 사람들의 소설이라면 거의 연대기적으로 신간까지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여전히 도서관에서 이들의 소설을 만나면 피하지 못하고 빌려온다. 성석제의 도망자 이치도를 펼치고 채 다섯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도둑 이치도에 대한 이야기, 이거 벌서 읽은 거 잖아라는 생각이 머리를 치고 나갔다. 성석제의 소설의 대부분의 무대가 그렇듯 은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김소진에게 춘하가 있다면, 성석제에게는 춘매가 있는 것이고, 미이라는 은척으로 대치되지 않았던가? 분명 읽은 책임에도 한 달음에 읽고 만다.

뭐, 윤대녕의 옛날영화를 보러가다는 어떤가? 표지디자인이 2쇄가 발행되면서 바꼈다고 하지만, 이건 분명 내가 읽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대학시절에 읽으면서 윤대녕의 소설을 읽으면서 하루끼를 떠올리고 하지 않았던가. 도무지 벌레구멍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지 하면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면서, 누에여자와 사슴벌레여자, 코카콜라 여인을 이리 저리 비교하지 않았던가? 

한 두번도 아니고, 번번히 읽었던 책인데도 당해버린다. 당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여전히 좋아하는 탓일께다. 성석제, 윤대녕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또한번 당해주는 것이리라. 김경욱도 마찬가지 일테다. 언젠가 대학원을 준비하기 위해 혹은 졸업이라는 낯선 상황과 얼굴을 맞대기 위한 휴식을 가지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던 때, 고향 도서관에서 그의 소설을 다 읽어버리지 않았는가? 그것도 순서대로 차근차근... 말이다. 비교적 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한 독서" 속의 단편들 대부분도 계간지나, 수상작집속에서 한 두번씩 읽어본 작품인데 어쩔 수 없이 당해버리는 것은 내가 그들을 여전히 좋아하고, 그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탓이라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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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지나감을

밑줄긋는남자/Book 2008/12/24 13:41


에르바르트 뭉크(Edvard Munch, 노르웨이, 1863-1944)

에르바르트 뭉크입니다. 우리에게는 절규라는 작품을 통해 유명한 화가입니다. 뭉크라는 이름은 원래 승려를 뜻하는 말로, 성직자의 의미를 가지겠죠. 그의 할아버지는 고위성직자이기도 했습니다. 에르바르트 뭉크는 1863년 12월 12일에 태어났습니다. 노르웨이에서요.

북유럽의 풍경은 언제나 그렇듯 음산함으로 이미지화되어있습니다. 어둠의 그림자가 지배할 것만 같은 세계, 백야의 황량함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곳이 바로 북유럽이지요. 뭉크가 태어난 후 어머니 레우냐가 뭉크의 동생을 임신한 채 사망하였습니다. 뭉크가 5살이던 1968년이지요. 뭉크의 화목한 가정에 어둠이 비치기 시작했으며 의사였던 아버지는 그에게 의사가 될 것을 강요했지만, 13세 크리스마스 밤 피를토하며 쓰러지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고열에 시달리고 죽음이라는 끔찍한 쇼크가 그를 뒤덮었던 것이지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의 누이 소피에의 죽음을 또 경험하고 맙니다. 유년시절 죽음의 영혼과 익숙했던 뭉크는 아버지의 바람을 뒤로한 채 그림공부를 시작합니다.

뭉크는 스스로 요람에서부터 죽음을 안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유년시절의 기억들은 그의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었으며, 그의 삶이 불안하고 어두웠던 만큼 그의 그림들도 불안과 어둠이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꽉찬 그의 그림들을 두고 사람들은 그를 절망의 화가라고 불렀습니다.


병실의 죽음, 석판, 1896


Vampire

뭉크의 그림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아무래도 절규라는 작품이겠죠.

"나는 두 명의 친구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하늘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한 줌의 우울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멈춰 섰고 너무나 피곤해서 난간에 기대었다. 흑청색의 피오르드와 도시 너머에는 불로 된 피와 혀가 걸려 있었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었으나 나는 불안에 떨며 멈춰 섰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 울리는 커다랗고 끝이 없는 비명 소리를 느꼈다."

몽크는 절규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처연한 거리와 절규하는 한 사람. 그것이 몽크가 말한 혹은 그린 절규입니다.

굳이 에르바르트 몽크에 대한 설명이 길어진 것은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라는 작품때문입니다. 2008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상문학상은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 신춘문예의 열병이 끝난 후 찾아오는 시상이죠. 신춘문예로 쏠렸던 전국의 문학지망인들의 허탈과 허망함, 눈물을 달래주는 시상이 바로 이상문학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이상문학상은 바로 권여선의 사랑을믿다가 차지 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북유럽 노르웨이의 오슬로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첫사랑이 거주하고 있는 북유럽 오슬로의 변두리로 찾아가서 일주일(? 정확하진 않지만)을 지내면서 겪는 자기치유과정을 혹은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는 작업을 합니다. 자신의 첫사랑은 훌륭한 의사였지만 지금은 북유럽의 백야처럼 황량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알콜중독자가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그토록 질투하던 그의 아내는 하루하루 오슬로 미술관에 있는 몽크의 절규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위로 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몽크의 절규는 아주 중요한 소설장치이며, 절규라는 작품이 미술관에서 도난당한 사건이 그 셋의 관계와 그간의 이야기들을 풀게해주는 도화선이 됩니다.

백야의 나라, 노르웨이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절규라는 작품을 생각할때마다, 그리고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를 곱씹을때마다 그 절망과 황량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시 신춘문예 수상작들이 발표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이상문학상 수상자도 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해가 시작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또 한해의 끝과 시작을 느끼는 한 단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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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웃으며 떠날 시간이다

밑줄긋는남자/Book 2008/01/10 18:21

얼마전 서점에 들렀다가, "코뮨주의 선언"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이 만든 책입니다. 지난 해 출간된 책인데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공산당선언이 발표된 지 160만에 한국에서 일단의 학자들 혹은 시민들이 '코뮨주의'를 선언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책의 두께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두껍습니다.

선거 참패, 혹은 자신의 길을 보여주지 못한 진보세력들에대한 실망감. 그리고 나는 뭐하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을 위안 받으려는 심산인지 아니면,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얄팍한 고상함인지 이 책을 무턱대고 사게되었습니다. 이제 읽기 시작해서 책에 대해 뭐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머리말에 이 책의 출판 이유, 그리고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코뮨주의자다. 코뮨주의가 우리의 존재론이고 인식론이다. "


코뮨주의 선언은 위와 같은 말로써 단도직입적으로 선언합니다. 왠지 너무 들어내놓고 말한다는 느낌도 받았으나 이 책의 이유는 저자들이 혹은 우리가 코뮨주의자임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기에 어쩔 수 없지요. 저는 이 두 문장에 왠지모를 힘을 받았습니다.

이어 저자들은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 모든 것을 코뮨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Sub specie communials!) 모든 앎의 기초를 코뮨의 구성위에 두라!"


코뮨의 관점에서 생각, 행동하고, 모든 앎의 기초를 코뮨의 구성위에 두라는 지상명령같은 문장. 멍합니다. 과연 저는 코뮨을 알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지만, 대답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코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겠죠. 그리고 저도 저자들과 같은 선언을 하게될지 아니면 지금처럼 또 이렇게 살아가게 될지 대답을 할 수 있겠죠. 저자들은 이 책의 부제를 "우정과 기쁨의 정치학"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타자와 함께 우정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하는 정치학이 코뮨주의의 다른 말이 아니기에 그런 제목을 사용했다고 믿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 선언을 통해 우정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말의 마지막 문장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자, 이제 웃으며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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