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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는남자/Cinema에 해당되는 글 19건
http://blogsports.sportsseoul.com/view.html?postIdx=140764&link=http://grasige7.egloos.com/734499 영동시장의 어느 닭집에서 낡은 티비로 그의 죽음을 알았다. 잠깐 스치는 자막 뉴스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소식. 나를 제외한 일행들은 이미 그의 사망소식을 알고 있었다. 어제 새벽 1시 30분께 한남대교에서 그가 떠났다. 선명해지는 그의 죽음. 내가 그를 처음 안 것은 천하장사 마돈나 시사회장에서였다. 천하장사 마돈나 영화 스탭으로 참여한 친구 놈이 "처음 보는 배우인데 느낌이 좋다. 씨름 선수 출신이라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고 연기도 잘한다"라고 말해줬다. 영화에 나온 그는 참 우직해보였다. 성실하고 우직한 모습으로 영화에서 씨름부를 이끌고 있었다. 씨름선수 같지 않을 몸매를 보고 놀랐고, 게다가 그가 모델이라고 했을때 놀랐다. 그게 첫 인상이었다. 성실함으로 꽉차 있는 그의 모습. 우연히 들어가본 그의 미니홈피를 보면서 그가 생각이 깊은 동년배의 친구처럼 익숙했다. 선한 인상의 친구 말이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은 진심으로 다른 연예인들의 죽음과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으며 전혀 생경하지 않았다. 함께한 일행들에게 농담삼아 빈소에나 다녀와야 겠다는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를 실제로 본 적은 딱 한 번이다. 홍대 놀이터에서 친구녀석이 스윙댄스 발표회를 한다고 했을때 그 자리에서 케이블 티비 프로그램을 촬영중인 그를 만났다. 흘깃 흘깃 훔쳐보면서 선한 눈매를 보면서 친구를 만난 기분으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착한 사람일꺼야라는 막연한 생각이 그냥 착한사람으로 바꿔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안타깝다. 난 그의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싶었고, 보고 싶었다. 씨름선수에서 모델로 그리고 배우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그의 모습을 말이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고가 난 시간 즈음에 나는 택시를 타고 한남동어귀를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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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다찌마와 리~~ 근데, 흥행 급행열차는 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놈놈놈과 비견되는 정통 만주 웨스턴 무비 + 007과 비견되는 스파이 무비의 대장정. 어디선가 본 듯한 장소, 하지만 자막은 언제나 외국.. 그렇게 6개국 로케이션과 4개국 더빙으로. 게다가 전면 후시녹음으로 센세이션을 던져주는 명작 중의 걸작 재밌더군요. 사실, 20분짜리 인터넷 영화를 어찌 극장판으로 만든단 말이뇨?라는 걱정과 극장판에서도 문어체 말투와 후시녹음을 가져간다면 스토리가 어떻게 연결될까라는 걱정을 안고 봤는데 걱정한 것은 예상과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임원희의 고도 액션과 제대로 삘나는 연기력으로 커버하고 재밌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쥐게 하는 스펙타클한 액션씬은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웃음을 유도하는 대충 대충, 얼레 벌레 액션씬은 좋았습니다. 특히나, 긴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설원 대추격전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급 스파이의 좌절과 시련, 그리고 사랑. 이 모든 것이 한데 잘 버물러진 영화 "다찌마와 리", 올림픽이 끝나면 쫌 심심해질 분들에게 과감하게 추천드립니다. 그렇다고 저를 지옥행 급행열차에 태우지는 마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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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정철 감독, 왕우 주연의 독비객을 오마주 혹은 패러디 한부분이 아닐까 한다. 내용은 이렇다 만주 마적단에게 황금불상을 탈취한 후에 기억을 잃고(실제 팔이 잘리지는 않고 한팔에 부상을 입는다) 이상한 소녀(황보라)에게 구함을 받는다. 그후 마적단에게 온갖 수모를 받으며 소녀와 살다가 하루는 이상한 소녀가 태우던 책에서 외팔이 도법을 배워서(여기서도 우연찮게 반만 탄다) 마적단을 퇴지한다는 일련의 이야기는 재미를 넘어..
"The Winds That Shakes The Barley" 녹색의 땅, 아일랜드 독립운동 혹은 전쟁은 헐리우드에서도 심심찮게 사용되는 슬픈 소재이다. 이 영화 역시 아일랜드의 슬픈 독립전쟁을 다룬 켄 로치의 영화이다. 나에게 끊임없이 "잊지말라고, 너의 심장이 어디에 있는지, 왼쪽이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렇다. 우리는 그를 흔히 좌파라고 말을 한다. 그는 영화를 통해서 세상과 싸우고 있다. "역사란 향수가 아니다. 역사는 왜 우리가 지금의 모습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왜 우리가 현재의 상황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역사가 향수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부르주아들에게 적합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그들이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역사는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며 따라서 역사를 탐구하여 민중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되돌려 주는 것은 감독으로서 갖는 책임 중 하나인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민중의 과거에 대한 생각을 조절할 수 있다면 당신을 그들의 현재를 재조정할 수 있고 현재를 조정하게 되면 결국 그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민중의 생각을 조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그는 그가 가진 감독이라는 직업의 책임을 "우리들에게 역사를 되돌려 주는 것"으로 규정하며 그 규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는 배신하지 않았고, 절망하지 않았고 그 신념을 굽히지도 않았다. 언뜻 보면, 아직도 저 사람 저렇게 생각해? 라고 의문부호를 우리가 가슴속에 지겹도록 품도록 만든다. 그는 변하지 않았고, 그 자신으로 남아있다. 이번 영화, "The Winds That Shakes The Barley" 역시 그렇다. 그는 대영제국과 아일랜드의 독립전쟁, 그리고 독립전쟁 안에서의 사상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형제안에 포진시키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공통의 목표가 있었지만, 결국은 같을 수 없는 형제의 대답앞에서 그의 고민을 말해준다. 동생은 형의 지시를 아일랜드 해방군의 위치를 알린 청년을 죽이면서 "꼬마 때부터 녀석을 알고 지냈는데, 조국이란 게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는 거겠죠"라고 말한다. 그들만의 조국건설, 민족해방이 우선이지만, 이는 어느 새 특정국면에서 영국이 자치권 이양이라는 결정을 내린 국면에서 치환되어있다. "우리가 당장 내일 영국군을 몰아내고 더블린 성에 녹색기를 꽂는다 해도 사회주의 공화국을 조직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모두 헛될 뿐이며 영국은 계속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지주와 자본가, 상권을 통해" 라는 극중대사가 동생의 새로운 위치를 만들어준다. 무엇을 할 것인가? 자치권이 우리에게 있으니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켄로치는 거침없이 이제 계급투쟁을 할 때라는 것을 말해준다. 비록 동생은 죽음으로 켄로치의 "짧게 보자면 나는 낙관적이지 않다. 악순환이 계속되니까. 그러나 길게 보자면 사람들이 거기에 맞서 싸울 것이니까 낙관적이다.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걸 표현하게 하고, 그 활력을 나누게 하는 것이다. 그게 사람들을 웃게 만드니까. 그게 바로 아침에 일어나게 만드는 힘이니까에 대답했지만, 우리는 무엇으로 답해야 할까?
20061113 옛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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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 서부 영화의 문법을 충실히 따랐다.
#. 누가 좋은놈인지, 나쁜놈인지, 이상한놈인지... 전부 나쁜 놈이고, 이상한 놈들이다. 좋은 놈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좋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을 뿐..
#. 화려하다 못해 아름답다. 정우성의 나빌레는 모습은 황홀할 지경이다.
#. 일제시대는 분명 최악의 시간이었으며, 극복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후예들에게 많은 모티브를 주었다. (나 친일파인가?)
#. 사막은 언제나 아름답거나 무섭거나 둘 중 하나다.
#. 명불허전 송강호, 그의 필모그래피는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그가 있다는 것은 영화팬에겐 축복일 것이다.
#. 서부 영화는 일단 총을 멋있게 쏠 줄 아는 배우들이 필요하며, 모든 배우들은 그 조건을 충족했다.
#. 정말 정우성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었을까?
#. 이병헌은 놈놈놈을 통해서 명실상부한 김지운의 페르소나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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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익숙한 나킹온더 해븐스도어가 흐르는 극장 안에서 혼자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밥딜런의 삶 그 삶의 전체가 저에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고독하게 때론 화려하게 시대를 산 그에게 존경을 보낼 수 밖에 없더군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지루하였습니다. 사실, 밥딜런을 잘 알진 못합니다. 그래서 겉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자신의 음악을 자신이 믿는 그대로 하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이 들더군요. 6개의 캐릭터로 다층적으로 밥딜런에게 다가설려고 했던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이 얼마나 다층적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그 개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혹은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지금 내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내가 안다고 할 수 있고, 그들을 이해하며 정서적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과연 올바르게 내가 그들을 이해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데로 이해하며, 그 기준안에서 사람들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나 하는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너무 보고싶었던 영화였던 아임낫데어를 보고나니, 미뤄왔던 숙제를 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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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 폴리스 - 이란의 고대도시 지명이라고 하는군요.
 (영화 중간에 나오는 장면으로 한참을 웃었습니다. Punk is not Ded, 그렇습니다. 펑크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이란의 혁명기에 유년시절을 보낸 주인공 마르잔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공항 출국 심사대 앞에 선 그녀는 여권과 티켓을 제시하라는 공항 직원의 물음에 끝내 묵묵부답 그리고 떠나지 못한채로 여권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겨버린 것일까요?
흑백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먼나라로 여겨지는 이란의 혁명 그리고 전쟁. 그 후 이슬람근본주의의 영향아래 이란민들의 생활을 잘 보여주더군요. 특히 여자들의 삶을
주인공은 참으로 귀엽더군요. 마르잔...
어린 마르잔이 근심에 쌓인 부모님과 할머니앞에서 "국왕타도"를 외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란 국민들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혁명은 실패하였고, 이라크와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마르잔은 결국 오스트리아로 떠나게 되지만, 그곳에서도 이방인으로..
암튼 이런 줄거리를 가진 영화였는데 중간 중간에 나오는 유머가 잘 녹아든 영화더군요.
오랜만에 에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데 쿵푸판다, 페르세폴리스 모두모두 즐거운 영화여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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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파이는 달콤할까요? 매일 재고가 남는 블루베리 파이. 안 팔리는데도 불구하고 블루베리 파이를 계속만드는 남자, 쥬드 로. 열쇠를 맡기며 남자친구의 변심을 받아들이는데는 아직 힘든 여자, 노라 존스.
그들의 만남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왕가위 감독이 사랑한 석양은 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불빛은 느리게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노라존스의 노래에 실려 전달됩니다.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와 기다림에 익숙한 한 남자. 그리고 그 여자는 그렇게 그렇게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헤어진 아내를 붙잡고 싶어하는 남자, 그리고 너무 늦게 사랑을 깨닫은 여자들.. 그 속에서 조금씩 자신의 사랑을 찾아갑니다.
블루베리 파이를 맛 본 적은 없지만 참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 먹고싶어지더군요.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면서 파이 속에 드는 장면에선 침이 꼴딱 넘어가뎌라구요. 동행인이 있었다면 바로 파이집을 찾아내서 냉큼 시켜먹었을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쥬드 로는 여전히 멋있습니다. 클로져에서도 멋있더니 여기서도 멋있더군요. 쥬드 로가 하는 그런 식당. 그런 식당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을 위해서 잘 안 팔리는 음식이지만 준비해놓는... 그런 작은 식당. 나탈리 포트만은 여전히 발랄하고, 노라존스는 연기도 잘하더군요. 영화 중 "어머니께서 길을 잃으면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라고 하셨지. 그런데 어머니께서 길을 잃었어"라는 대사가 나오더군요. 그 남자 그렇게 한 자리에서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과연 난 그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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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연애는 딱 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오래 사귀니 결혼은 할 것 같고, 굳이 안 할 이유도 없고 그런데 좀 지겹기는 하고, 사랑하는 것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 사람들. 그것이 영화 6년째 연애의 주인공이 아닌가 하네요.
설날 연휴의 마침표를 극장에서 찍었습니다. 시간은 밤 10시, 동행인은 없었습니다. 드문 드문 앉은 대여섯 커플들이 나 혼자 영화를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했습니다.
연애(戀愛) :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함.
연애는 사모할 연(戀)과 사랑 애(愛), 이 두자의 합성이죠. 사랑의 중첩이 연애며, 이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둘이 하는 상호작용이겠죠. 사랑이라는 의미의 글자가 모여 이뤄진 단어. 그것이 연애죠.
영화를 보면서, 연애와 사랑이 같은 이름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의미의 중첩이지만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6년간 지속된 연애는 가슴이 뛰거나 뛰지 않거나 상관없이, 설레거나 설레이지 않건 지속됩니다. 그래서 타인이 사랑해도 되냐고 물어보기도하고, 그 사람을 사랑하냐는 질문에 자신이 그를 얼마나 잘 아는지 설명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애는 지속됩니다.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처럼 연애는 가볍고, 지리멸렬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연애를 지속시키고자, 지키려고 하지만 결국엔 연애를 지키는 것은 믿음뿐이었고, 그 믿음이 옅다면 사라지는 것이 연애라는 제 자신의 믿음을 "6년째 연애"는 동의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담이지만, 남자의 야만 혹은 뻔뻔함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더군요. 자신이 지낸 타인과의 하룻밤은 괜찮지만, 연인이 지낸 타인과의 하룻밤에는 주먹질을 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말입니다. 물론 용서할 수 없는 비참함일지라도 뻔뻔하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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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에 꼭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때지."
어제 일행과의 대화중, 발없는 새, 그러니까 실제로 존재하는지 않는지 알 수없는 그 새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너무나도 오래된 영화, 그리고 영원히 살 것 같았던 주인공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영화이야기가요.
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1990, 홍콩)
왕가위감독이 만들었으며, 홍콩느와르물인지 알고 전국에 모인 관객들이 일면 시시 껄렁해보이는 젊음의 방황에 소리치고, 극장에 항의했다던 그 영화말입니다. (영어 제목은 누군가의 블로그에 들어가다보면 항상 마주쳐서 조금은 감상에 젖게되기도 합니다.)
수리진, 아비, 염훙잉(루루)이라는 이름만 있었고, 천하의 유덕화도 장학우도 흔한 극중이름 받지 못했던 영화였죠. 수리진을 사랑하는 유덕화, 아비를 사랑하는 수리진, 루루를 사랑하는 장학우, 또 다시 아비를 사랑하는 루루 그렇지만, 아비는 친모에게 버림 받은 상처인지 오기인지 그 사랑을 품지 못하죠.
아비는 수리진과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의 1분을 아비와 함께 했었죠. 그리고는 "우린 1분동안 함께 했어. 난 잊지 않을거야. 우리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 1분은 지울 수 없어. 이미 과거가 됐으니까."라는 말을 합니다. 이에 수리진은 "그는 잊겠지만, 나는 잊을 수 없어"라고 말해버립니다.
하지만, 이들은 다 잊었죠. 아니면 잊은 듯이 살고 있겠죠. 아비는 친모를 만나러 간 필리핀에서 유덕화와 다시 만나지만, 언젠가 만난적 있냐는 유덕화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죠. 그렇게 잊은 거죠. 아마 아비는 그의 계모에게서 들었던 "지금 찾아간다고 뭐가 생겨? 아마 널 잊었을 걸."이라는 말때문에 더 사랑을 믿지 않고, 잊어갔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아비도 수리진도 서로의 1분을 잊으며 살아가죠.
아비와 수리진의 관계, 그리고 지켜보는 유덕화. 루루와 장학우의 관계. 이 모든 것이 얽히고 얽혀 그저 막 살아온 시간이 되어버린 아비정전. 하지만, 아비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발없는 새. 그 발없는 새가 자신인 것을 깨달았는지 죽어가는 순간 한 마디 합니다.
"죽기 직전 뭐가 보이는 지 궁금했어. 난 눈뜨고 죽을거야. 죽을 땐 뭐가 보고 싶을까? 발없는 새가 태어날 때부터 바람속을 날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 새는 이미 처음부터 죽어있었어. 난 사랑이 뭔지 몰랐지만 이젠 알 것 같아. 이미 때는 늦었지만...."
바람 속을 나는 것이 살아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죽었기때문에 부유하는 것임을 알아차렸지만, 너무 늦었죠. 사랑후에 남는 것은 사랑이죠. 그런 기억들이 남아있는 영화 "아비정전"은 어제 대화사이에 짧게 한 번 나왔지만, 그 생각은 오래남네요. 마치 사랑처럼요.
이 영화가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죽은 장국영때문도, 아름다운 수리진의 모습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김경욱의 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만나면서 다시 이 영화를 떠올렸죠. 아버지의 부도와 죽음으로 인해 빚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 그리고 사랑을 떠나보내고 지난 사랑을 그리워하는 여자 주인공은 인터넷 채팅창을 통해 만납니다. 자신에겐 과도한 빚과 떠나간 아내, 그렇게 무너진 남자는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장국영이 죽었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됩니다. 그의 죽음에 관한 짧은 사연을 방송국으로 보내고, 라디오 피디였던 여자주인공과 연결되어 무미건조한 메신져 창 속에서 서로가 이 영화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봤다는 사실을 알게되죠. 숫자를 세기를 좋아하는 전 부인 덕분에 관람객 숫자를 알고 있던 남자와 그 속의 한 명이었던 여자는 그렇게 소통을 이어갑니다.
장국영이 죽어서 서로의 삶에 대한 불신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이죠. 어쩌면 그들도 발없는 새를 믿으며, 자신이 발없는 새라고 생각했지만, 아비의 후회처럼, 생각처럼, 발없는 새가 세상에 내려앉을 때 또 다른 사랑을 그리고 또다른 세상을 살 수 있게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죠. 물론 그 둘은 만나지 못합니다. 단지 여자주인공만 남자주인공을 알아볼 뿐.
그래서 더욱 선명하게 기억되는 아비정전이 어제 대화의 단편 속에서 떠올랐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