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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간략 리뷰 <The spirit of 1972 lives on! >카테고리 없음 2007. 5. 14. 05:08
지난 4월 27일 부터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캐나다의 우승으로 모든 대회의 일정이 끝났습니다. 결승전에서 캐나다는 핀란드에게 4: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NHL의 플레이오프기간과 겹쳐 주목도가 떨어지지만, 치열한 대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만큼 NHL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다들 참가하지 못한다는 약점도 있지만, 아이스하키라는 경기 자체에서 오는 박진감과 열정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빅 7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모두 상위라운드로 진출하며 이변을 잠재웠습니다. 빅7인 미국, 캐나다, 체코, 스웨덴, 러시아, 슬로바키아, 핀란드가 8강에 진출한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는 스위스가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예선기간 중에 독일이 체코에 승리하는 등의 이변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이번 대회 최고의 팀은 러시아라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핀란드가 러시아를 이기며 결승에 올라간 것 또한 이변이긴 했습니다. 러시아는 스웨덴을 이기며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이번 대회 내내 보여줬던 그들의 경기력으로는 조금 아쉬운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대회 내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야구팬들은 야구가 시작되면 모든 초점이 야구로 맞춰지기 때문에 다른 경기에 관심을 가지긴 힘들죠. 그리고 생중계도 없고, 녹화중계따위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한국은 아이스하키의 변방국이며, 아이스하키 중계는 언감생심이죠. 간간히 NHL 중계를 해주지만, 그것조차 SBS Sports채널에서 해주기때문에 그 채널이 나오지 않는 저로써는 중계를 보기는 참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자세히 리뷰를 하지 못하더라도, 대회를 대충이라도 평가해보고 싶습니다.
앞서 말한데로 세계선수권 대회는 NHL플레이오프와 겹치는 점, 매년 개최되는 점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 현지에서는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대표팀 구성도 플레이오프팀 소속 선수는 제외될 수 밖에 없어 최강의 전력이 아니라는 점 또한 관심이 높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미국팀은 평균 25세의 다음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팀을 출전시켰으며, 캐나다는 역대 세계선수권 대표팀 가운데 최약체를 평가를 현지에서 받았다고 합니다(이런 팀이 우승했으니.. 정말 인적자원이 무궁무진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반면 나머지 빅 7팀들은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NHL 몇몇 선수들의 혼합팀의 형태로 참가했습니다. 대략 한 팀당 7, 8명의 NHL선수들이 포함되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홈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만큼, 세르게인 곤차르, 에브게니 말킨, 일리야 코발척, 알렉산더 오베츠킨 등 각 포지션의 핵심멤버를 합류시켰습니다.
참가팀의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A조 :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 라트비아
B조 : 체코, 미국, 벨로루시, 오스트리아
C조 : 캐나다, 슬로바키아, 독일, 노르웨이
D조 : 러시아, 핀란드, 덴마크, 우크라이나
독일은 예선 첫 경기에서 우승팀 캐나다를 맞아 2:3으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독일은 경기에는 졌지만, 전체 슈팅수에서 30:29로 근소하게 앞서며 훌륭한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반면 캐나다는 주전 골리로 나선 롤로슨이 28세이브를 기록하는 활약 속에서 경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첫 경기 상대인 독일을 만만히 보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독일이 첫 경기에서 캐나다를 잡았다면 이번 대회 결과가 지금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준우승팀 역시 첫 예선라운드에서는 러시아에게 4:5로 패하고 맙니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상위라운드에서 러시아에게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예선 라운드에서 성적이 좋은 12개 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됩니다. 각 조의 3위까지 12강라운드에 진출하게 됩니다. 이들은 다시 2개조로 나뉘어 경기를 가진 뒤, 8강토너먼트가 펼쳐집니다. 12강라운드 진출팀들은 E조의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덴마크, 이탈리아가 F조의 캐나다, 미국, 슬로바키아, 체코, 독일, 벨로루시로 가려졌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세계선수권의 승부가 펼쳐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빅 7팀들간의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스위스에 대해 간략이 말해보겠습니다. 스위스는 최근 빅7을 빅8로 개편하는 주요 팀입니다.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로 스위스 하키는 세계의 하키 강국으로써 입지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습니다. 물론 빅 7팀간의 경기에서는 아직 많은 경기력의 차이를 보여주긴 하지만, 8강에 꾸준히 진출하면서 점점 빅 7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12강 라운드에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독일이 21년만에 체코에게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이 경기 결과는 미국과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많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독일팀은 지난 토리노동계올림픽때의 참패를 뒤로한채 이번 대회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체코는 NHL 출신들인 시코라, 마렉, 노보트니, 카야넥, 크레슬라, 미칼렉, 올레즈, 지드리키등 쟁쟁한 멤버들이 포진한 팀인데 독일이 이들을 2:0으로 셧아웃 시켜버렸습니다. 이 경기가 올 해의 세계선수권대회의 가장 큰 이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빅 7팀간의 경기외에서 빅 7팀의 아성이 깨진 경기였습니다. 이로써 독일은 8강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가 했지만, 벨로루시를 제외한 다른 팀들에게 모두 패하면서 승점 1점차이로 인해 8강토너먼트 진출에는 실패합니다(체코 7점, 독일 6점). 절치부심하며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를 준비한 독일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라운드가 아니었나 생각하지만, 역시 기존 빅7팀 +1(스위스)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라운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대체적인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평가도 이 라운드의 결과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로써 8강 토너먼트 대진표가 확정되었습니다. 각 조의 상위 진출팀과 하위 진출팀이 8강에서 맞붙게 됩니다. E조 1위와 F조 4위팀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확정된 대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E1 vs F4 : 러시아 vs 체코
E2 vs F3 : 핀란드 vs 미국
E3 vs F2 : 스웨덴 vs 슬로바키아
E4 vs F1 : 캐나다 vs 캐나다이제 진정한 승부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첫 경기인 체코와 러시아의 경기는 홈팀 러시아가 승리했습니다. 4:0이라는 스코어로 체코를 셧아웃 시켰습니다. 말킨(피츠버그), 코발척(애틀란타), 프롤로프(LA), 곤차르(피츠버그), 마르코프(몬트리올)으로 구성된 거의 환상적인 2라인의 활약으로 체코에게 완승을 거뒀습니다. 이 2라인은 4골의 모든 주인공이 되면서 체코를 물리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오베츠킨은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번째 경기는 우승팀인 캐나다가 최근 빅8을 형성하고 있는 스위스에게 빅 7의 위력을 알려주며 가볍게 5:1승리를 거둡니다. 8강팀 중 가장 낮은 전력의 스위스의 한계를 보였던 경기였습니다. 지난 세계선수권 우승팀인 스웨덴은 슬로바키아에게 7:5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습니다. 한편, 핀란드는 미국과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5:4로 이기며 4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4:4 동점상황에서 1차 연장전 무승부를, 2차 연장전에서 핀란드의 레티넨(달라스)이 위닝샷을 성공시키면서 미국의 4강진출을 무산시켰습니다. 스웨덴은 이번 대회에 NHL선수가 단 1명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4강에 진출하면서 아이스하키 강국의 이미지를 다시한번 전 세계 아이스하키 팬들에게 각인 시켰습니다.
4강 경기 전적
러시아 vs 핀란드 : 1-2(1-1, 0-0, 0-0, 0-1)
캐나다 vs 스웨덴 : 4-1(3-0, 1-1, 0-0)4강은 스웨덴 vs 캐나다, 러시아 vs 핀란드로 압축되었습니다. 이때까지 대다수의 도박사나 팬들은 러시아와 캐나다의 결승진출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탈락하면서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핀란드는 이번 대회 기간동안 러시아와 3번의 경기를 가졌는데 예선 라운드 패배를 제외하고 상위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결승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러시아는 홈그라운드의 잇점, 오베츠킨, 말킨, 코발척 등의 NHL인기 플레이어들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의 4강전 경기에서 연장전에서 터진 Mikko Koivu 선수의 결승골로 러시아를 꺾고 결승진출을 이뤘습니다. 8강에서 미국, 4강에서 러시아에게 연장승부끝에 승리를 하는 진풍경을 보여주며, 결승까지 올랐습니다. 캐나다는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 8강탈락, 2006년 세계선수권 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부활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결승전은 캐나다와 핀란드의 대결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데로 4:2로 캐나다가 승리하면서 우승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는 시종일관 캐나다가 리드하였습니다. 그러나 핀란드가 힘한 번 못 써보고 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핀란드는 3:0으로 지고 있던 3피리어드에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캐나다의 턱밑까지 추격했습니다. 하지만 종료 1분여를 남기고 터진 캐나다의 NASH, Rick선수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결국 패하고 말았습니다. 결승전에서 캐나다는 주전골리 Cam Ward가 20 세이브를 올리며 골문을 잘 지켰고, 토너먼트 MVP에 오른 Rick Nash는 2골을 터트리며 우승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캐나다는 이번 24회 세계선수권대회를 우승함으로써 그동안의 국제대회의 부진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5회 세계선수권대회가 캐나다의 Quebec City와 Halifax에서 개최되는데 캐나다 선수들은 역대 최악의 팀이라는 오명을 우승팀이라는 프라이드로 바꾸며 귀향하게 되었습니다. 결승전 전에 펼쳐진 러시아와 스웨덴의 3,4위전에서는 러시아가 스웨덴을 3:1로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추신수) 이번 세계선수권이 60개국에서 생중계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선 방송되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쉬운 대목입니다.